정부가 어제 네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과 40%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율)을 유지하는 1안, 1안에 더해 기초연금을 15만원 인상(25만원→40만원)하는 2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12%와 45%로 올리는 3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13%와 50%로 올리는 4안이다.

청와대는 “개편안이 기초연금 등 다층(多層)연금체계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등 공적연금 개혁목표를 분명히 했다”고 자평했지만,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더 내고 덜 받는’ 정공법을 피해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편안들이 예정된 연금고갈 시기(2057년)를 그대로 두거나,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5~6년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율을 더 많이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게 받고 더 많이 주는’ 기형적인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9%)은 미국(13.0%), 일본(17.8%), 독일(18.7%), 영국(25.8%) 등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럼에도 소득대체율(40%)은 42.0%인 독일을 제외하곤 영국(30.8%), 일본(33.9%), 미국(38.7%)보다 높다.

더 걱정스런 것은 정부 개편안들이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거치면서 ‘개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47%(보건복지부 설문조사)가 ‘현 제도 유지(1안)’를 원하는 상황에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여야가 보험료율 인상이란 ‘총대 메기’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조 입김이 강한 경사노위 논의도 적지 않은 변수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보험료율 유지,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미룬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뻔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여론의 비판이 두렵다고 국회와 경사노위에 연금개혁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만들고, 어렵더라도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