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세밑을 훈훈하게 할 '용서하는 마음'
시간은 끊임없이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무술년 올해도 각자에게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미투 운동’, 갑과 을의 대립, 약자 대상의 이유 없는 폭행 등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막상 자기 자신의 일이고, 자기 주변의 일이라면 더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을 겪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모차르트 오페라 중 ‘티토 황제의 자비’라는 작품이 있다. 로마 황제 티토는 폭정을 한 아버지의 뒤를 이은 황제 비텔리우스를 내쫓고 왕위에 오른다. 티토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로마인이 아니어서 황실에 들일 수 없어 그에 대한 사랑을 접는다. 대신 친구이자 신하인 세스토의 여동생과 혼인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세스토의 여동생도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며 혼인의 명을 거둬 달라고 애원한다. 티토는 두 번이나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순순히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폐위된 비텔리우스 집안의 딸 비텔리아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비텔리아는 오히려 세스토를 꾀어 티토를 암살하려 한다. 티토는 죽음을 모면했지만 이제 자신을 죽이려고 한 충복이자 친구의 배신을 마주해야 한다. 세스토가 암살을 사주한 비텔리아의 이름을 끝내 발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죄라고 할수록 티토는 고통스러워하며 분노에 치를 떤다. 이를 본 비텔리아가 자신의 죄를 실토하며 세스토를 살리려고 한다. 결혼하려고 했던 비텔리아가 세스토의 배후라니!

세상은 끊임없이 티토 황제에게 배신과 잔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한다. 황제인들 분노와 잔인함이 없었겠느냐마는 결국 티토는 용서를 택함으로써 참회하고 변화하는 사람들을 포용한다. 그러고는 아름다운 세상을 살 로마의 미래를 기원한다.

잔 카를로 메노티라는 이탈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축하하며 오페라 ‘시집가는 날’을 만들어 서울시오페라단을 통해 세계 초연한 적이 있다. 메노티의 오페라 중 12월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는데 ‘아말과 동방박사들’이다.

큰 별을 따라 베들레헴 어딘가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경배하러 가는 세 명의 동방박사는 가난하게 살고 있는 어린 소년 아말과 어머니의 거처에 들르게 되고 하룻밤 쉬어가기를 청한다. 동방박사의 방문에 아말의 어머니는 선뜻 잠자리를 내주는데, 세상을 구원할 아기에게 황금과 몰약, 유황 등의 예물을 바치러 가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아말은 가난한 데다 절름발이 장애까지 있는데도 어머니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날 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동방박사의 황금을 훔친다. 동방박사는 황금을 훔치는 어머니를 붙잡지만 용서하고 황금을 내준다. 어머니는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한다. 이때 절름발이 아들의 다리가 자유로워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1700년대 모차르트도, 2000년대 메노티도 용서로써 자유를 얻는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하고 있다. 우리 삶이 티토 황제처럼 배신과 살인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주변의 좋지 않았던 소소한 일들이 세밑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간의 아쉬웠던 일들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절름발이 아말에게 일어난 기적과 같은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