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공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공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생태계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김종두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문 상무는 “원전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 90여 개가 탈원전 정책 이후 인력을 40% 정도 구조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협력업체가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인 우리기술의 서상민 전무는 “25년 동안 원전 기술 독립을 이뤄내자는 일념으로 노력해 핵심기술을 개발했는데 돌연 사업을 접으라는 사형 선고가 떨어졌다”며 “1~2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매출이 반 토막 났고 인력도 약 20%가 이탈했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과 우리기업은 원전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다. 원전 기자재·설계 업체는 일감 대부분이 신규 원전에서 나오는데 정부가 신한울 3, 4호기 등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사정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그나마 공론화 끝에 건설을 재개한 신고리 5, 6호기 일감은 내년이면 바닥난다.

정부는 ‘일감절벽’을 막기 위해 원전 수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 전무는 “운 좋게 내년 수주를 한다 해도 실제 일감은 3~4년 뒤에야 나온다”며 “그 사이 국내 원전 공급망은 무너지고 외국 기업만 좋은 일 시켜주는 수출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 생태계 붕괴는 원전 안전에 치명적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기자재 업체들이 줄도산하면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부품을 어디서 공급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원전 안전 불안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 전무는 “노후 원전은 설비 개선 투자가 부족하다”며 "발전소 안전 운영을 위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상무는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신한울 3, 4호기만이라도 재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정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나온 정종영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신한울 3, 4호기 사업은 중단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점도 고려해달라”며 “하다못해 송전탑을 지을 때도 주민 반발이 크지 않으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력 시설에 대한 반발은 외부 세력이 개입한 탓이 큰데 이걸로 수용성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에너지 전환은 필요하지만 지금 탈원전 정책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작용이 크다”며 “원전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대안을 국회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