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간 확보와 경호·경비에 어려움이 크고, 이벤트성 이전보다 경제·민생 살리기에 주력할 때라는 반대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지만 이미 보류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지키는 게 바람직하지만 무오류의 불가침 성역은 결코 아니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공약과 국가운영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보완하고, 필요하면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조정세 공약을 백지화한 것이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 비중 축소(75%→50%) 공약을 10년 미룬 게 그런 사례들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 문재인 정부도 공약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보류·재검토해야 할 공약은 집무실 이전만이 아니다. 경제지표 악화, 일자리 참사를 고려할 때 소득주도 성장의 근본 기조부터 바꿔야 할 상황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이미 속도조절 했다지만, 당장 내년부터 또 10.9% 오르면 2차 쇼크가 우려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부터 전면 손질해야 한다.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도 탄력근로제 확대 없이 본격 단속·처벌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도 종합 재검토가 절실하다. 해외 원전 수주 비상, 전기료 인상 압력, 온실가스·미세먼지 증가, 태양광 남설과 환경 파괴 등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국민 부담(보험료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해법이 보일 것이다. 정부·여당은 공약집에 포함된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을 조만간 도입할 태세지만 국경 없는 유통전쟁 시대에 실효성은커녕 소비와 일자리만 위축시킬 게 뻔하다. ‘택시업계 생존권 보장’ 공약도 혁신성장의 승차공유와 상충돼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공약들 간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

공약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유권자가 투표한 후보자의 공약을 모두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국민이 원치 않고 경제에 주름살만 지울 공약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섬기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