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치명적인 협력이익공유제
이 정부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더 악화시키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려고 해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경제가 붕괴해 가고 있으면 한 번쯤 되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반성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경제를 더욱 쇠퇴시킬 치명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도입하려다 무산된 초과이익공유제와 비슷한 제도다. 초과이익공유제나 협력이익공유제의 밑바탕에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설이 자리하고 있다. 재화를 생산하는 데 투여된 노동량이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실제로 생산한 가치보다 훨씬 적게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임금만 주고 나머지를 이윤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설이다. 그의 이론을 따른다면 기업 이윤은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이므로 생산에 기여한 노동자와 공유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기업 이익은 협력업체 납품가를 후려쳐서 얻은 것이 되므로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그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재화의 가치가 투입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른바 노동가치설은 19세기 초 영국의 제본스, 오스트리아의 멩거, 스위스의 발라 등이 정립한 한계효용 이론으로 그 모순이 드러났고, 그에 따라 자연히 잉여가치설은 존립 기반을 잃었다. 이렇게 오래전에 마르크스 이론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마르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은 참으로 해괴하다.

협력이익공유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 이윤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생기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업 이윤을 단순히 수입에서 비용을 뺀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수입에서 비용을 뺀 것이 이윤이라는 것은 단순히 회계상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이윤에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기업 활동이 포함돼 있다. 대기업 이윤에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새로운 생산 방식, 새로운 경영 방식,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 등에 대한 연구 및 혁신 활동의 결과가 포함돼 있다. 협력업체 기여와는 무관한 것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 이윤은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 이윤은 소비자 선택에 따라 이익이 많이 날 수도 적게 날 수도 있으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였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제품에 들어간 비용보다 낮은 가치를 부여하면 그 기업은 손해를 본다. 다행히 소비자가 그 제품에 들어간 비용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 이익을 보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대기업과 협력업체 차이가 있다. 대기업은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아 대금을 지급한 다음, 납품받은 부품을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한 뒤 시장에 내놓는다. 대기업이 이윤을 보는 것은 그 완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아 성공적으로 팔렸을 경우다. 대기업은 소비자 선택에 따른 위험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 이윤은 이런 위험에 대한 대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협력업체는 이런 위험을 지지 않는다. 완제품이 팔리기 전에 대금을 받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모순이고, 대기업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치명적인 이유는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고 국가경제가 쇠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산권이 침해될 때 가만히 있을 기업이나 개인은 없다. 대기업은 국내 투자를 줄이거나 협력업체를 해외로 옮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협력업체는 문 닫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협력이익공유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협력업체다. 투자가 줄고 협력업체들이 문 닫으면 실업은 증가하고 국가경제는 더욱 피폐해진다.

케인스의 《고용과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관료들은 자신이 어떤 지적인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죽은 어느 경제학자의 노예인 경우가 보통이다. 실성한 사람이 허공에서 음성이 들린다고 하는 것처럼 권력에 정신을 팔린 사람들은 과거 어떤 허접한 학자가 한 말을 끄집어내어 떠벌린다.” 우리 정부 관료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