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인천국제공항 내 환전 수수료를 최대 0.5%포인트 내렸다는 한경 보도다. 국무총리실이 이달 인천국제공항 입점 은행 간담회에서 “환전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질타하자 신한·우리은행이 4.5~4.6%였던 수수료를 4.15% 수준으로 일제히 낮췄다.

공항에 입점한 은행 점포의 환전 수수료가 일반 점포에 비해 높은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임대료가 비싸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항 환전 수수료 개입이 가해지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명령하듯 개입해도 되는 게 금융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정부가 원인(높은 임대료)에 눈 감고는 높은 수수료율을 민간 금융회사 탓으로만 돌려서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은행·환전소 운영사업자 연(年) 임차료는 1547억원에 달했다. KEB하나은행 677억원, 신한은행 447억원, 우리은행 423억원이다. KEB하나은행의 제1터미널 연 임차료는 3.3㎡당 3억5970만원이나 됐다.

공항 영업점은 금융상품 판매 등 일반 영업이 어려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환전뿐이다. 공항점 이용 국내 고객 상당수가 휴대폰 앱을 통해 수수료를 할인받고 있어 명목 수수료율을 다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8위라는 명동상권 요지의 상가 1년 임차료(3.3㎡당 3780만원)의 약 10배를 내고 이익을 낸다면 기적일 것이다.

홍보와 선도 은행 이미지 효과를 노린 과열 입점 경쟁이 높은 임대료의 주된 원인이겠지만, 공항공사가 부추긴 측면도 적지 않다. 3~5년마다 공개입찰로 진행하는 국내 공항 임대료 최저가를 높아진 현 임대료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환전 수수료 인하만을 강요한다면 은행들은 서비스를 접거나 대출금리 등 다른 서비스 인상으로 적자를 벌충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대한 가격 통제가 계속되고 은행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공항 환전서비스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시장개입이 공항에 암달러상을 활개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