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클 바스카 "정보 과잉 시대…'좋은' 큐레이션 통해 새 가치 창출"
"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죠. 수많은 정보들을 모아 새롭게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부정적인 정보 속에서도 큐레이션을 통해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죠."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 카넬로 대표는 지난 28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큐레이션은 ‘선별’과 ‘배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큐레이션'과 관련한 강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바스카는 영국과 정반대인 시차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디지털 퍼블리싱 콘텐츠 기업 카넬로의 대표 겸 경제학자, 작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큐레이션에 대해 물어봤다.

▲큐레이션은 이미 실생활에도 널리 퍼져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큐레이션의 개념을 정의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보살피다'라는 뜻을 가진 '큐라레(Curare)'에서 시작돼 18~20세기 예술계에서 주로 사용돼왔죠. 우연한 계기로 어떤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큐레이션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멋있게 보이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출판업을 하다 보니 쏟아지는 정보들을 가려낼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영역을 조금 더 확대해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니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에서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큐레이션은 무엇입니까. 대중들이 알 수 있게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쓰고 있지만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 또한 힘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선별(Selecting)을 하고 배치(rearrange)라는 과정을 거쳐 새롭게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에요. 지금 우리 생활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큐레이션의 개념입니다. 제조업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고 제공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현재 존재하는 정보를, 배치를 다르게 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입니다. 다만 단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진화합니다. 큐레이션도 꾸준히 개념 확장을 하고 있죠. 책을 발간한 2016년 제시했던 큐레이션과 현재의 큐레이션을 비교해보면 현재의 의미가 더욱 방대해지고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마이클 바스카 "정보 과잉 시대…'좋은' 큐레이션 통해 새 가치 창출"
▲큐레이션의 핵심인 '선별'과 '배치'를 통해 정보는 가공됩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분류되는데 걸러진 정보가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부합한다고 보나요.

"사실 선별과 배치 과정에 인공지능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자체는 인간이 해야할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는 역할만 할 뿐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는 사람의 손을 거쳐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죠. 1차적으로 인공지능이 선별과 배치를 거친 정보를 2차적으로 사람이 한 번 더 큐레이션 하게 됩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스포티파이라는 회사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스포티파이는 자체적으로 3000만~4000만곡의 노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곡을 선별, 소비자에게 제공했지만 니즈에 부합하지 않았죠. 이후 스포티파이는 수백명의 DJ를 채용해 알고리즘을 통해 1차적으로 선별된 곡들을 2차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쳐 제공했더니 소비자의 만족도가 달라졌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큐레이션과 '나쁜' 큐레이션인거죠."

▲'좋은' 큐레이션과 '나쁜' 큐레이션은 무슨 의미인가요.

"'좋은' 큐레이션은 중립성을 지키면서 소비자에게 적극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말하죠. 반대로 '나쁜' 큐레이션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부정적인 의미를 덧씌워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나온 정보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든 결국 마지막에는 소비자가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정보는 '좋은'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직전까지 선별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나쁜' 큐레이션을 통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정보를 내보냈다면 우리는 '좋은' 큐레이션을 통해 정보를 재조합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다시 도출해내면 그만입니다. 정보를 재조합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을 위험부담이 크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죠. 이것은 큐레이션이 최종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이기도 합니다."

▲좋은 큐레이션의 사례를 들어준다면.

"좋은 큐레이션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의 미디어 회사들은 회사 조직 내에 큐레이션 관련 부서를 따로 두고 소비자에게 원하는 소식이나 뉴스 등을 하나로 묶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만약 소비자가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려주면 회사는 한 주에 있었던 인공지능 관련 베스트 기사 10건을 선택해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향후 큐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앞으로 큐레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더욱 많이 쓰이게 될 것입니다. 이전에는 판에 박힌 것들이 중요시 돼 왔다면 현재는 개인의 취향 등이 더욱 존중 받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옷을 한 벌 살 때도 대형 의류점 보다는 소형 부티크 샵 등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큐레이션은 더 넓은 범위에서 자주 사용될 것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