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성별, 연령, 국적, 신체적 특징과 무관하게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21세기 창조적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특정 기능에 제한이 있는 특정인에게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에서 시작됐다. 이후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accessibility design)’ 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등의 비슷한 개념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배려에서 시작됐지만 모든 이에게 경계가 없는 사회적 대처 방식으로 그 개념이 확장돼 사용된다. 더 많은 시민에게 이용 가능성을 제공하는 조화로운 활동을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이다.

내가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내세운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디자인에 기반을 둔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ES추진단을 신설했다. ES는 이모셔널 세이프티(emotional safety)의 약자로 ‘감성적 안전’을 뜻한다.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하는 관객, 예술가, 직원 등 핵심 이용자부터 극장 앞을 지나거나 역사 현장을 찾는 시민, 관광객 등 일반적 이용자 혹은 잠재적 이용자까지 모두가 물리적인 안전을 뛰어넘어 편리하고 편안한, 감성적인 안전감을 느끼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ES추진단의 우선 과제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연장 만들기’다.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접목해 휠체어가 출입하고 이동하는 공간과 주요 시설을 직접 체험하고 숙지함으로써 개선 계획을 마련했다. 초보적인 단계부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전문적인 단계까지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세종문화회관 이용자 모두에게 신뢰를 나누기 위한 점진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더불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기획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내부의 공감대 형성과 인식 변화는 궁극적으로 ‘감성적 안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은 전문가 시선이나 평균적(이라고 믿고 있는) 시선이 아니라 이용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며 수용하는 힘, 즉 ‘유니버설 생각(universal thinking)’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보편적인 이용자와 잠재적 이용자 모두에게 접근 가능성을 제외하지 않고 문화적 장애가 없는 곳, 일상에 지친 시민 모두의 안식처(케렌시아)가 돼야 하는 곳임이 분명하다. 이것이 우리가 배리어프리를 넘어 유니버설 디자인을 지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