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포퓰리즘의 공통분모
지난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에 전 세계 엘리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물결이 정점을 찍었고 유권자들이 이성을 되찾았다고 안심했다. 2차 결선 투표를 치른 선거제도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와 맞붙은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에 도움이 됐다. ‘침묵하는 다수’가 중도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결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 대선에선 결선 투표를 통해 권위주의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결선 투표에서 주류 정치인과 비주류 포퓰리스트가 맞붙게 된다면 유권자들이 중심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올 초 이탈리아의 총선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비례대표제에 다수결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예비선거에서 주류 정당 간 연합을 장려해 극단주의자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좌파와 우파의 포퓰리스트 연합이 권력을 잡으면서 선거 공학은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선 선거 제도를 미세 조정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주류 정치인과 정당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불만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만의 본질에 대한 합의가 힘들기 때문에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 견해는 경제적 불만이 포퓰리스트를 키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20년 이상 생산성 정체를 겪고 있다.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브라질도 2015~2016년에 걸쳐 대규모 경기 침체를 경험했고 올해도 절망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틀에 맞춰 설명하기 어렵다. 2016년 선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당시 미국 경제는 6년째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포퓰리즘이 경제성장 이외의 요소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분배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똑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문제다. 현재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들조차 자신과 자녀들이 앞으로도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최근 포퓰리즘의 물결은 소위 외부인들의 정치적·경제적 위협에 대한 사회 내부 지배적 집단의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외부인으로 지목한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소수 인종과 여성 등을 백인 노동자 계급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종교,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키우면서 두 가지 경향을 모두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예측을 벗어났다. 보우소나루는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또 여성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따라서 신흥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로 기존 정치의 부패에 대한 반발이다. 이 때문에 “오물을 청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유권자들은 매료됐다. 어떤 수를 쓰든 국가 혼란을 바로잡겠다는 권위주의자일수록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

유감스럽게도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사람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 권위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없애 부패를 완화하기보다 악화시킨다. 유권자들이 이런 교훈을 얻는 과정에서 정치제도와 시민사회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주류 정치인들과 민주주의 제도는 그 뒤에야 다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