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초래한 정부가 정책 실패를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부담을 금융권으로 떠넘길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여신금융협회장과 8개 카드사 사장을 긴급 소집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반 가맹점 대상 현행 2.3%인 카드 수수료를 1.5%까지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서울시는 수수료 없는 지급 결제시스템을 의미하는 ‘제로페이’ 도입을 위해 공무원까지 동원하고 있다. ‘관치’를 넘어 ‘정치’가 금융을 접수한 형국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 통제가 가해지자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목적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동원해도 되는 게 금융이냐”는 항의가 쏟아진다. 그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카드사 경영위축으로 대량해고 위기에 내몰리는 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 단체 간 충돌이 단적인 사례다.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부대서비스가 축소돼 소비자 후생도 줄 수밖에 없다. 은행들에 이체 수수료와 운영경비를 떠넘기는 서울페이도 다를 게 없다.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을 왜곡하면 그 피해는 결국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금융이 정치에 휘둘리는 건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제3 금융허브 지정도 마찬가지다. 표심만을 의식한 정치권은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기만 하면 금융허브가 탄생할 것처럼 말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금융허브라고 우겨도 경쟁력이 없으면 허브가 될 수 없다. 지방으로 내려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정치 금융’을 조장하는 정부·여당이 ‘규제혁신 5법’의 하나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육성 등으로 금융혁신을 촉진하자는 내용이지만, 정치논리가 금융을 지배하면서 규제개혁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금융 경쟁력을 위해 규제개혁을 하겠다면 금융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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