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고의 분식’ 여부에 이어, 달라진 회계기준에 맞게 회계당국의 감독방식이 적절했느냐로 번지고 있다. 2011년 전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이 ‘원칙 중심’인데 감독당국은 여전히 ‘규정 중심’의 감리, 사후 적발, 징계 위주여서 기업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처리에 큰 원칙만 제시하고 기업의 재량적 판단 여지를 넓혀주자는 게 원칙 중심의 IFRS 정신이지만, 오히려 그런 원칙 중심 회계가 감독당국의 자의적 규제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쟁점은 한국회계학회가 지난 23일 개최한 ‘원칙 중심 회계기준하에서의 회계감독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주제의 특별세미나에서 집중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회계전문가들은 ‘원칙 중심’ 회계기준을 도입해 놓고 당국이 결과에 따라 사후 징벌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특정 사안에 대해 강한 규제의도를 가질 경우, 이미 지난 회계장부라도 ‘원칙에 반한다’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제2, 제3의 ‘삼바 사태’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규정 중심’인 미국식 회계기준(GAAP)을 버리고 유럽 주도의 ‘원칙 중심’ IFRS로 바꾸기로 결정한 이유를 감독당국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기업에 회계 재량권을 주고, 회계 투명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IFRS를 도입한 유럽 각국이 기업 처벌보다 투자자 보호에 감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걸리기만 해봐라”는 식의 사후 징벌만 고집한다면 “무엇을 위한 IFRS 도입이었나”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회계기준이 현장에서 뿌리 내리려면 당국의 감독방식부터 철저히 혁신해야 한다. 사후 징벌보다 사전 계도가 원칙 중심 회계의 기본 정신이다. 아울러 증권선물위원회를 독립시키고,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제도를 바꿨으면 감독방식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