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이 그제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선택했다.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는 전기사업법 관련 조항 폐지를 묻는 투표에 약 59%(589만 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대만은 탈원전을 선언한 지 2년도 안 돼 ‘친(親)원전 국가’로 돌아가게 됐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을 롤모델로 여겼던 문재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진 피해가 심한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놓고 국민투표까지 한 것은 그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해 1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탈원전 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원전 6기 가운데 4기의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정전이 발생하자 국민들은 탈원전 폐기 청원운동을 벌였고, 국민투표까지 한 것이다.

탈원전을 포기한 나라는 대만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탈원전으로 돌아섰다가 원전 가동을 재개했고, 프랑스는 원전 축소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원자로 개발 등 5개 분야에서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져가는 등 부작용과 역효과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92조원을 쏟아부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로 했지만, 국내 관련업체들은 오히려 궤멸 위기로 몰리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과 유럽 업체들이 설비사업을 대거 가져가고 있어서다. 국민 세금으로 외국기업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탈원전 정책 비판에 정부는 “60년 이상 걸쳐 단계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가자는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그런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5년짜리 정부가 섣불리 결정해서 밀어붙일 일이 더욱 아니다.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민의를 제대로 물어보고 추진하는 게 맞다. 그간 탈원전 정책에 대해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벌였으나 찬성과 반대 양측이 객관성 문제 등을 놓고 공방만 벌여왔다. 이참에 우리도 찬·반 진영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을 총체적인 국민공론화에 부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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