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트커버링 효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쇼트커버링은 공매도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지난달부터 국민연금공단이 공매도 투자자에게 국내 주식 대여를 잠정 중단한 데다 주식 대차잔액이 예년보다 큰 편이라 파급력이 더 뚜렷할 것이란 분석이다.
쇼트커버링 기대 커지는 종목 노려볼까
주식 상환 요구 커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주식 대차잔액은 65조7142억원으로 한 달 새 3조6727억원 감소했다. 대차잔액이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가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공매도하기 위해 금융투자회사에서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차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을 공매도 수요가 줄고 그만큼 쇼트커버링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런 추세는 연말로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상장사들의 결산일이 대부분 12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줘 대여 수수료를 얻은 기관은 다음달 중순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주식을 돌려받아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연말에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쇼트커버링 효과는 연말에 집중된다. 작년에도 12월 한 달간 대차잔액이 13.1% 감소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이후 통계를 살펴보면 공매도 압력은 9월을 기점으로 크게 약화되는 흐름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올해는 연말 쇼트커버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주식을 빌려주는 주요 기관 중 한 곳인 국민연금이 지난달 22일 주식 대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대차 물량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의 쇼트커버링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차잔액 규모가 65조원대로 예년보다 큰 것도 쇼트커버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그만큼 되갚아야 할 규모가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11월 말 기준 평균 대차잔액은 약 54조원이었다.

“실적 전망 같이 살펴야”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 계약 기간은 일반적으로 3개월이다. 주식을 빌린 직후 공매도했다면 석 달 안에 되사서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해당 주식이 계속 떨어질 것 같다면 수수료를 내고 대여 기간을 연장하면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 중단을 선언한 만큼 공매도 투자자는 서둘러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다른 곳에서 주식을 빌리기 쉬운 대형주보다는 국민연금이 많이 보유한 코스닥시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쇼트커버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5% 이상이면서 지난 2개월간 전체 주식 거래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코스닥 종목으로는 리노공업, 덕산네오룩스, 컴투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테스, CJ ENM 등이 있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이지만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으로 높으면서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으로는 삼성전기, 엔씨소프트, 코오롱인더, 하나투어, 한전KPS,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쇼트커버링 효과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적과 배당 등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을 같이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퀀트애널리스트는 “실적 전망이 좋고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높은 종목이 공매도로 하락했다면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때 쇼트커버링 움직임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