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논설위원
[천자 칼럼] '미다스의 손' 손정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많다. IT계 신화, 일본 청년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 ‘투자의 신(神)’ 등 그를 일컫는 말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독특한 투자 철학과 방법이 아닐까 싶다.

손 사장이 지금은 글로벌 IT 업계 공룡이 된 마윈의 알리바바에 투자했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2000년 중국 영어교사 출신 마윈을 만난 그는 단 6분 만에 2000만달러(약 23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마윈은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매출도 없었다. 그런데 눈이 매우 강력했고 빛이 났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중국의 신생 IT 기업에 불과했다. 더욱이 2000년은 세계적으로 닷컴버블이 막 꺼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투자 대상이나 시기, 규모 등에서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6분 만의 결정’은 2014년 상장 때 수천 배의 결실로 돌아왔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비즈니스의 전망, 관련 시장 등을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살핀다. 손 사장은 다르다. ‘느낌’이 오면 과감하게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종종 비교되는 이유다. 버핏은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에 반해 손 사장은 미래를 선도할 기술기업에 선(先)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1986년 작은 벤처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본 내 소프트웨어 독점판매권을 따낸 게 대표적 사례다. 이 결정은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승률이 90%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 수 있다”며 “M&A는 승률 70%의 게임”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우버, 디디추싱, 올라, 그랩, 리프트 등 각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에 모두 투자한 것도 이례적이다. “시대를 바꾸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손잡는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경쟁사까지 한 가족으로 만들어 시장 전체를 통째로 장악하겠다는 ‘손정의식 발상’이 흥미롭다.

시장이 성숙하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추가 투자를 하는 끈질김도 보인다. 엊그제 쿠팡에 20억달러를 투자한 게 그런 경우다. 소프트뱅크가 2015년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손 사장은 알리바바가 절실히 자금이 필요했던 2004년, 초기 투자금의 세 배인 6000만달러를 또다시 투자했다. 오늘의 알리바바는 그런 ‘인내’의 산물이다. ‘투자의 미다스 신’으로부터 3년 만에 다시 두 배의 자금을 지원받은 쿠팡이 제2의 알리바바로 도약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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