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억지 논리
얼마 전 집으로 충남 서산 호박고구마가 한 상자 배달됐다. 몇 해 전 귀촌한 작은아버지의 서툰 땀이 밴 수확물이었다. 시골 생활은 모든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마을 어른들은 낯선 도시 부부의 인사조차 받지 않은 채 한동안 경계했다. 그래도 웃어 보였다. 저녁 8시면 온 동네가 컴컴해졌지만 가위에 눌리던 도시의 밤과 달리 깊은 잠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이끄는 송재호 위원장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문기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귀촌 순증 인구가 15만 명 정도 된다”고 보고했다. 호박고구마가 머리에 스쳤다. ‘찌든 삶을 피해 나름의 행복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이들이 많구나.’

하지만 이후 쏟아진 송 위원장 발언은 궤변에 가까웠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가 방송통신대 농학과”라며 “40~50대의 귀촌 열망이 강하다”고 했다. 굳이 출처를 찾지 않아도 사실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년 1학기부터 편입 정원을 늘릴 만큼 부쩍 관심이 늘었지만 최근 3년간 편입생 평균 경쟁률은 2.4 대 1에 그쳤다. 20대가 몰리며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사회복지학과와 유아교육학과 경쟁률에 한참 못 미친다.

송 위원장은 또 “40~50대를 조사해 보면 대도시에 사는 것보다 촌에 가서 살고 싶다는 응답이 12% 정도 높다”며 “대통령 임기 중에 귀촌 인구가 10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귀촌 인구 증가와 관련된 통계의 허술함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퍼주기식’ 정부 보조금 탓에 농촌에 가면 눈먼 돈이 많다는 지적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송 위원장은 심지어 귀촌 인구가 늘어날 경우 “수도권의 압력을 빼는 역할을 해 서울의 질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설계하는 위원회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 유입이 서울의 질을 높인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의 틀을 바꾸는 것은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실 도피’ 귀촌이 국가 균형발전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전국 방방곡곡을 살고 싶은 터전으로 만들 깊이 있는 로드맵을 국민들은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