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크플레이 직원이 연습장에서 아이언샷을 하자 볼의 속도와 경로 등 각종 수치가 오른쪽 레인지엑스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스트로크플레이  제공
스트로크플레이 직원이 연습장에서 아이언샷을 하자 볼의 속도와 경로 등 각종 수치가 오른쪽 레인지엑스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스트로크플레이 제공
“실외 골프연습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정밀하게 스윙을 분석하며 연습할 수 있는 ‘론치모니터’는 비싼 외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죠. 외국산 제품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론치모니터를 개발해 국내 골프인에게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20일 서울 대치동 레인지엑스 본점에서 만난 박진규 스트로크플레이 대표(사진)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론치모니터 레인지엑스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레인지엑스를 활용한 실내 골프연습장 ‘Range X’ 1호점을 열었다. 향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지점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외국産의 절반 값…골프 스윙궤도·타격점까지 화면으로 확인"
박 대표는 금융맨 출신이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에서 10년간 금융업을 했다. 이후 취미였던 골프를 업으로 삼기 위해 스크린골프회사 지스윙 대표를 지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비싼 땅값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실외 골프연습장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걸 목격했다. 골프존 같은 기존 스크린골프장은 오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교하게 스윙을 가다듬고 싶어하는 골퍼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론치모니터를 낮은 원가에 개발해 골프 연습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기로 한 이유다.

2016년 초 박 대표는 CGV의 4차원(4D) 영화관인 4D플렉스를 개발한 시뮬라인의 김의석 창업자, 역학 전문가인 이종원 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와 골프업계 전문가 등 5명으로 초기 멤버를 구성했다. 하나로 뭉친 계기는 골프를 향한 애정이었다.

사업 초기 영감을 얻은 건 글로벌 1위 론치모니터 회사인 덴마크의 트랙맨이었다. 스윙 후 골프공의 속도와 궤적, 방향 등을 숫자로 확인해 스스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국내 골프 레슨 시장에서는 고가의 일부 레슨 프로만 트랙맨 같은 외국산 제품을 레슨에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었다. 트랙맨은 론치모니터 한 대 가격이 2500만원에 달하고, 센서 카메라 등까지 구비하면 45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스트로크플레이는 국산 론치모니터를 자체 개발해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 총괄을 맡은 것은 KAIST 지도교수와 수제자 사이였던 이 전 교수와 김 창업자였다. 임금 한푼 없이 2년 반 동안 밤을 새워가며 외산 론치모니터 못지않은 국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레인지엑스다.

"외국産의 절반 값…골프 스윙궤도·타격점까지 화면으로 확인"
김 창업자는 “뛰어난 인식률과 정확도에 초점을 뒀다”며 “공의 궤적을 실제와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측정하고 날아가는 방향·속도 등을 숫자로 표기해 이용자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친절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공을 두고 실제 필드에서 하는 것처럼 스윙을 하면 앞에 높인 세 개의 센서 카메라가 공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론치모니터에 표시한다. 공이 정확히 클럽 헤드의 어느 부분에 맞았는지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스윙 자세가 어땠는지도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박 대표는 “프로 골퍼들도 레인지엑스에서 스윙하기 전에 여러 번 연습 스윙을 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스트로크플레이는 향후 레인지엑스를 활용해 실외 연습장과 비슷한 가격에 훨씬 정밀한 연습을 할 수 있는 골프 레슨 및 연습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우수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프로그램과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프로그램에 선정돼 연구개발(R&D) 자금도 지원받았다.

한 벤처캐피털 전문가는 “스트로크플레이는 기획형으로 기술자를 모집하고 창업에 나선 사례”라며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스타트업 창업 시장에서 흔치 않은 사업 모델을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