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호황이 기대되는 업종이 한 곳도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9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분석 결과다. 주력산업이 일제히 둔화돼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내년 성장률 하락 예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는 끝날 것이라는 진단부터 그렇다. 반도체와 더불어 수출의 쌍두마차 역할을 한 석유화학산업 경기도 둔화로 돌아서고, 이미 활력을 잃은 건설·자동차·철강은 내년에 더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조선산업은 여전히 저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어디를 둘러봐도 성장을 지탱해 줄 만한 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 부진은 곧 실물 경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나 다름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밖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경기침체의 유령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무역전쟁의 여파가 겹치면서 중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일본과 독일 경제도 3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독야청청하던 미국 경제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힐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까지 닥칠 경우 그나마 수출로 버티고 있는 한국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성장률이 2.3%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산업 위기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리고 글로벌 경기마저 불확실하게 돌아가면 절실한 건 주력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산업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딴판이다. 한국은행이 3분기 경제활동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집계한 결과, 공공행정·교육서비스 분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산업의 성장엔진은 식어가는데 공무원 증원 등에 힘입어 공공부문만 ‘나홀로 호황’을 구가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가 정신도, 민간투자도 살아나기 어렵다.

공공부문 팽창은 영국 제조업 붕괴에서 보듯 산업공동화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지만, 산업이 모조리 불황으로 갈지 모를 상황에서 공공부문만 호황이라는 사실만큼 뚜렷한 위기 신호도 없다. 정부가 말하는 ‘포용국가론’은 산업이 죽고 나면 다 소용없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도 산업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