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아오 포럼, 미·중 갈등 파고 넘는 기회 삼길
지난 11일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많은 역사가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세계정세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획기적인 기술 발전, 세계화 물결, 유례없는 경제성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의 우유부단함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참혹한 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분열과 포퓰리즘, 폐쇄적 민족주의와 일방주의가 득세하면서 전쟁 종료 10년 후 세계 경제위기가 닥쳤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교훈 삼아 현재 상황을 잘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그늘이 야기한 불평등, 폐쇄적 민족주의 경향, 극도로 이기적인 일방주의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세계 질서는 더욱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중 갈등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미·중 갈등 상황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말로 설명한다. 그리스 시대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던 것처럼 신흥 강국이 부상할 때 기존 강국과의 충돌 가능성은 세심히 관리하지 않으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미·중 갈등은 단기간 내 해법을 찾을 것 같지는 않다. 우려스러운 것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북핵 문제 당사자이기도 한 우리나라가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침 보아오 포럼 지역회의가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를 주제로 오는 19~20일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을 지향하며 협력과 교류에 기초한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목표로 2001년 출범한 보아오 포럼이 한국에서 지역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경제침체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도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지하고 국제 규칙을 준수하며 다자 구조를 공동으로 유지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 내 공동의 목소리를 조율해야 할 것이다. 또 폐쇄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체제에 반대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혁신성장을 추구하고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며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유엔의 ‘2030 지속발전 의제(SDGs)’를 적극 이행하고 혁신·조정·녹색·개방·공유의 원칙에 기초해 경제·사회·환경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이번 보아오 포럼 서울회의는 이런 점에 착안, 우리나라가 처한 딜레마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유용한 시사점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악화에 대한 아시아의 공동 대응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고, 아시아의 성장은 곧 우리나라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의 공동 대응이 우리나라 국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미·중 갈등을 해소할 전략적 접점을 찾으며 아시아 공동의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