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이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며 1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뿐 아니다. “앞으로 모든 FOMC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시장에 신중하게 신호를 보내온 Fed의 관행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째 ‘속도조절’을 압박하고, 최근 뉴욕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의 ‘강(强)달러’ 시사로 한국은행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몰리게 됐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 1.50%로, 지금도 미국보다 0.75%포인트 낮다. 연방기금금리 인상이 가속화된다면 격차가 1%포인트를 넘어서고, 채권·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실물경제에도 금리인상이 가세하면 경기회복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강달러’는 신흥국에 큰 후폭풍을 불렀다. 1980년대의 남미 위기나, 1990년대 말의 아시아 및 러시아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외채 상환부담은 커지는 반면 외국인 자금은 이탈해 유동성이 급위축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신흥국 부채위기가 거론되는 시점이다. 파월 말대로라면 당초 세 차례 정도로 예상되던 내년 금리 인상이 이론적으로 여덟 차례까지 가능해진다. 연 2.0~2.25%인 미국 기준금리가 3% 안팎까지 수직상승할 경우,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탈 수밖에 없다. 이미 연 4% 중반대까지 오른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서며 가계부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외변수에 취약하다.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성장률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수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내년엔 상장사 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터다. ‘위기냐, 아니냐’ 하는 실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너무 급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