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정보기술(IT)주는 올해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전방기업인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가 투자심리 냉각으로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영향을 받았다. 몇몇 기업들은 이익증가세가 둔화하며 반등할 계기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 등 혁신 제품 출시를 앞두고 전방기업들의 부품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대차를 중단하면서 이에 따른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 수요도 늘고 있다.
IT 중소형株 들썩…'긴 터널의 끝' 보인다
폴더블폰 효과에 웃는 부품주

16일 코스닥시장에서 휴대폰 부품업체 인탑스는 600원(5.61%) 오른 1만1300원에 마감했다. 인탑스는 이달 들어 45.43% 올랐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폴더블폰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품 공급에 대한 기대로 상승하고 있다.

파인텍(11월 증가율 13.35%), 엠씨넥스(8.39%), 파워로직스(26.49%) 등도 폴더블폰 수혜주로 꼽히며 강세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더블폰과 트리플 카메라 등에 새롭게 적용되는 부품의 제조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랜 침체를 겪던 디스플레이 관련 협력사들도 오랜만에 희망에 차 있다. 폴더블폰에 채택될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에서 투자가 서서히 시작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가 구체화되는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OLED 장비업체 AP시스템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8%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에스에프에이, 원익테라세미콘, 동진세미캠 등 디스플레이 장비·소재 기업도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쇼트커버링으로 매수 늘어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LED(발광다이오드)를 제조·판매하는 서울반도체는 3분기에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컨센서스를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LED 패키징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지식재산권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서울반도체는 미국에서 각종 LED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공매도가 많이 나왔던 IT 중소형주는 수급이 개선될 조짐이다. 지난달 22일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에 대한 대차 중단을 선언하면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간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주식 대차 중단을 선언하면서 올 들어 공매도가 많았던 IT 중소형주에 대한 쇼트커버링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연말까지 대차 물량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정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은 높아졌다. 올해 실적 기준 AP시스템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8.73배다. 에스에프에이(8.71배), 심텍(5.06배) 등도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