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 사업에 휘말려 홍역을 앓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없애주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사업이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18개 금융회사와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제로페이’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자발적인 의사로 뛰어든 건지, 그것부터 의심스럽다. 참여하는 시중은행은 당장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결제플랫폼 개발과 운영 비용까지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사실상 금융권이 ‘관제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원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이유다.

제로페이의 무리한 추진은 카카오페이가 기존의 QR코드를 보급받은 가맹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비씨카드가 기존 인프라와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불참을 선언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들의 불참은 제로페이가 호환성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 등 글로벌 개방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 “사업성 자체도 의문”이라며 “사용자가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두고 현금성 결제방식을 택할 유인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는 막무가내다. “시 차원에서 가맹점 확보와 공동QR코드 보급 지원에 나서겠다”며 여차하면 행정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몰아붙이는 것 역시 제로페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 그만큼 소비자 혜택이 줄어 카드 매력이 떨어지고, 결국 제로페이가 동력을 얻지 않겠느냐는 계산인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은 카드사 대량 감원 우려를 낳으면서 자영업자와 카드사 노조 간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정경제 차원에서 제로페이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시장의 질서가 파괴되거나 왜곡되면서 또 다른 불공정과 갈등의 양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혁신은 시장 경쟁에 맡기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