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제팀을 교체했지만 실물경제 하강은 가속도가 붙은 듯하다.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올 1~9월 제조업 공장가동률(72.8%)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다. 2년째 설비 10개 중 3개가 놀고 있으니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간판기업인 10대그룹 상장 계열사들도 반도체를 빼면 3분기 영업이익이 뒷걸음질(-3.5%)했다. 반도체도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자산을 팔아 경영난을 견디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용·투자·소비 부진과 자영업 몰락은 새삼 거론할 것도 없다. 길거리에 널린 빈 가게,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력시장, 역대 최대인 실업급여 수급자 등이 그 증거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는 우려를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청와대는 “그래도 수출은 호조”라고 강변하지만 수출 역시 세계 경제 둔화, 국제유가 요동, 신흥국 불안 등 악재가 쌓여만 간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5%로 낮춰 잡은 데 이어, 내년엔 2.3%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런 와중에 경제팀이 전격 교체됐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한다. 2기 경제팀 수장으로 임명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지표 부진, 민생의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경제 위기는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전임자들이 했던 얘기를 얼굴만 바꿔 되풀이해 듣게 된다. ‘관리형 내각+이념형 참모’의 조합도 그대로여서, 경제팀 인사가 경제주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없다. 단추를 한참 잘못 끼웠는데 단추만 바꿔 단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 운영’을 김수현 실장에게 주문했다. 혁신과 효율을 지향하는 경제정책을 분배와 공평을 추구하는 사회정책과 섞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사실상 분배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그랬듯이, ‘경제의 정치화’를 더 심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지금 절실한 것은 경제정책에서 정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얼마나 더 추락해야 현실을 인정하고 방향착오 정책을 수정할 것인지 답답하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8~2.9% 추정)을 한참 밑도는데도 초지일관인 이유가 궁금하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한 패키지이고 내년이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복잡계가 지배하는 현실 경제에서 이념적 정형에 포획된 그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믿음은 ‘미신’에 가깝다. 어떤 나라도 기업·시장친화적 정책 없이 경제운용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구조개혁과 규제 혁신, 노동 개혁이 경제가 살아난 나라의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