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옷 성지’로 불리는 동묘시장의 ‘옷 무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구제 옷 성지’로 불리는 동묘시장의 ‘옷 무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0년 전에도 1000원, 지금도 1000원.’

전통시장에는 먹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개성 넘치는 구제 옷의 ‘천국’이기도 하다. 백화점과 쇼핑몰엔 없는 옷들이다. 가격도 싸다. 한 벌에 1000원짜리도 많다.

광장시장 2층 상가와 동묘시장은 수입 구제 옷이 모여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잘만 찾으면 버버리 트렌치코트부터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1990년대 시그니처 점퍼까지 구할 수 있어 ‘패션 피플’들의 놀이터로 통한다.

광장시장 2층엔 100개 넘는 매장이 입점해 있다. 구하기 힘든 해외 구제 옷이 저렴한 가격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통로가 비좁을 정도로 빽빽하게 쌓여 있는 옷들 속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구제 옷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가격표가 붙어 있더라도 주인과 흥정이 가능하다. 지나가는 손님을 잡기 위해 가격을 깎아주는 경우도 많다. 유행하는 패션과는 다른 디자인의 옷들이 주류다. 남과 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 다른 재미 요소다.

동묘시장은 지드래곤, 정형돈, 정려원 등 수많은 스타가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지며 빈티지 명소가 됐다. ‘구제’ 하면 동묘가 떠오를 만큼 이곳에는 구제 옷 가게가 즐비하다.

특히 동묘공원을 끼고 이어지는 골목 안에는 동묘시장의 하이라이트 ‘옷 무덤’ 구간이 볼 만하다. 구제 옷이 무덤처럼 쌓여 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한 벌에 2000~3000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옷 무덤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으려면 몇 시간이고 뒤적거려야 한다. 이 때문에 먼지를 막기 위한 마스크는 필수다. 눈을 보호할 고글이나 보안경도 챙겨야 할 아이템으로 꼽힌다. 최근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없어서 못 파는’ 아이템도 등장했다. 1990년대 추억의 통 큰 바지와 데님, 밀리터리룩 등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팔린다고 한다.

조금 더 질 좋은 옷을 찾는다면 옷 무덤이 아니라 구제 옷 가게를 추천한다. 10~20대가 몰리면서 지하철 동묘앞역 3번 출구 앞 시장 초입에 구제 의류상점이 지난 9월 정식으로 문 열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재킷, 패딩 점퍼부터 머플러와 모자까지 몸에 걸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일본 등에서 중고 빈티지 의류가 수입되기도 한다. 브랜드 제품은 시중 가격의 10~20%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 옷만 있는 건 아니다. 중고 카세트, 레코드판 등 추억의 ‘아날로그 상품’을 판매하는 가판도 많다. 추억을 떠올리며 구경하러 온 사람이 많은 이유다.

김보라/주은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