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됐다. 김수현 대통령 비서실 사회수석도 정책실장에 임명돼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진용이 짜였다. 홍 후보자가 취임하면, 그에게는 위기의 경제를 반전시키고 꺼져가는 성장 불씨를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팀 쇄신 필요성에 공감이 큰 가운데 새 사령탑이 발표됐지만,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홍 후보자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선택의 폭이 역대 어느 수장보다 좁아 보여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다짐했고, 인사 발표일인 9일에도 공정경제전략회의에 참석해 ‘경제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일자리 참사를 부른 경제정책 기조의 전환 없이 ‘인물’ 교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스럽다.

경제부총리에 대한 매끄럽지 못한 교체 과정도 뒷말을 남기고 있다. 아무리 경질성이라지만, 나라 경제를 1년 반 동안 책임지고 이끈 김동연 부총리의 퇴진을 둘러싼 잡음이 너무 많이 나온다. 우선 교체 시기다. 막 예산국회가 시작된 국면에서 예산행정 책임자의 갑작스런 교체는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포용사회’와 ‘정의로운 국가’라는 국정목표 달성에 필요하다며 한 해 전보다 9.7% 늘린 470조원의 ‘슈퍼예산’을 제출한 상황이다. 국회와의 진지한 토론을 불가능하게 하고는 책임만 떠넘긴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이별’ 방식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떠나는 공직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박수치는 아름다운 장면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정책실패에 책임이 더 큰 사람들은 뒤로 숨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듯한 행태만큼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김 부총리가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 모르겠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권부 핵심에 부담을 준 게 경질을 앞당긴 이유라는 세간의 해석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청와대가 ‘분노’ ‘불통’ 의 이미지로 공직사회를 짓누른다는 우려도 크다. 그제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개편안을 보고했다가 퇴짜맞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설에 휘말린 데서 잘 드러난다. ‘덜 내고, 더 받는’ 마법 같은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국·과장의 휴대폰까지 압수하는 현실에서 공직자가 창의와 합리를 발휘하기는 힘들다. 인사가 새 출발의 계기가 돼야 함에도, 이번에는 역풍이 만만찮다. 청와대는 국정운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그립’을 강하게 쥐고 싶었을 것이다. 국정은 견제와 균형 속에서 이뤄질 때 성과가 커지는 법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경구를 다시 한번 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