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가 2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불평등 조항으로 제기된 점을 보완한 새 지원 기준에서 국내 제약사 우대 조항이 대부분 삭제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8일 새로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기준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는 2016년 7월 도입됐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면 대체 약제의 최고 가격보다 10%까지 약값을 높여 받을 수 있다. 대체할 약제가 없는 약은 외국의 비슷한 약과 약값을 비교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약사는 혁신형 제약사나 국내에서 의약품 전 공정을 생산하는 제약사 등이어서 국내 제약사들에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 같은 국산 신약 우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FTA 재협상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심 끝에 최종안을 마련했다. 새 규정안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대신 세계보건기구(WHO)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수입·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기준에 해당하는 약이 없어 실제 지원받은 제약사는 없다”며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등이 기업 여건에 맞지 않는다고 개정 요구를 했고 이에 따라 새롭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