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핵심 국정목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1만원’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친(親)노동 정책’ 패키지를 밀어붙이는 배경일 것이다. 노동자들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정규직화를 통해 소득을 높이고, 이를 경제 전반의 소비와 생산 활성화로 연결시킨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엊그제 통계청이 내놓은 ‘근로형태 조사’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33.0%(8월 말 기준)로 6년 만의 최고치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6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000명이 늘어났다. ‘친노동’ 정책이 의도와 달리 저소득 근로자들을 저격해 노동시장 양극화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직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마저 비정규직 숫자가 1년 전보다 3만9000명 늘어, 같은 기간 정규직 증가(2만9000명)를 앞질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던 정부의 노력은 헛일이 되고 말았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추진한 공공 부문의 사정도 똑같다. 월급여 200만원 미만의 저임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올 상반기에만 4만5000명 늘었다.

이만하면 변명거리를 더 찾기도 힘들어졌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 참사’에 가까운 지표가 나올 때마다 “상용직이 늘어나는 등 고용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의와 확신으로 시작한 여러 노력이 방향착오임이 분명해졌다. 실패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친노동’을 표방한 정책이 추진과정에서 민주노총 등에 휘둘리며 내용적으로 ‘친노조’로 변질된 이유가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대 노조와 좌파 시민단체, 정치권 일각의 ‘친노조 카르텔’을 깨는 일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