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유가 최고의 안전이다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4조에 의하면 해수욕장은 1년에 7, 8월 두 달만 이용할 수 있다. 폐장 기간에 수영을 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오로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규제다.

이런 금지·제한조치로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은 소극적 안전개념의 산물이다. 선진 외국에는 1년에 10개월이나 폐장하는 해수욕장은 없다. 파도가 높을 때 위험을 알리는 빨간 깃발 등을 꽂아 둘 뿐이다. 수상안전을 이유로 바다에 들어가면 벌금을 물리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외화낭비 방지를 명분으로 1987년까지 해외여행을 금지한 논리와 차이가 없다. 금지와 제한 법률을 우선시하다 보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고, 결국 개인의 안전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야외활동에서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가 바탕이 된 안전이 결국 더 적극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몽블랑은 1박2일이면 오를 수 있는 산인데 여러 사고가 빈발한다. 프랑스 정부는 하루에도 수차례 헬리콥터로 구조 활동을 벌이지만 나이나 날씨, 시기 등으로 입산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인접한 스위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개인에게 구조비용을 청구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 정부는 구조비용조차 청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이드 양성, 정확한 날씨정보 제공, 산악학교 운영, 방문자 센터 안내를 통한 적극적인 안전을 중시한다.

적극적 안전 개념이 가장 중요한 영역은 수영이다. ‘Swim at your own risk(수영 사고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고 문구이지만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외국의 호텔 수영장에서는 안전요원이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영에 관한 모든 위험은 여행자의 책임이다. 법원도 그렇게 여행자 책임으로 판결한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물놀이 사고의 책임을 호텔, 수영장, 해수욕장 관리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것이 유리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여행사는 가능한 한 물놀이가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고, 호텔 내 수영장은 야간이나 안전요원 부재 중 물놀이를 막을 것이며, 지자체는 해수욕장을 호루라기 소리 난무하는 거대 풀장으로 만들어 과태료를 부과하고 수영을 금지하는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이다.

우리가 통제와 금지를 기본으로 한 수직적인 사회구조에서 살다 보니 아무런 거부감 없이 금지 조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미 익숙해진 금지와 제한 속에 진정한 안전을 알아보지 못하는 구조로 변해가는 건 아닐까.

이제 안전의 개념은 달라져야 한다. 벌금은 정해진 기간 외 해수욕을 했을 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학교,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지 않았을 때 부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가장 존엄한 가치는 자유이고, ‘자유를 기초로 한 안전이 최고의 안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은 자유와 적극적인 안전 지침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몽블랑에 기간 또는 나이 제한 조치가 있었다면, 베이스캠프인 샤모니는 연간 주민수의 500배가 넘는 여행자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