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후의 보루인 수출마저 비상이 걸렸다. 10월 수출은 549억7000만달러로 작년보다 22.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0월 조업일 수가 전년에 비해 5일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 기준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10월 일평균 수출액은 23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0% 감소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6개월 만이다.

품목별로는 선박(-64.8%) 무선통신기기(-36.0%) 디스플레이(-27.9%) 등에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도체 역시 4.4% 줄었다. 주력 수출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을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출 감소다. 반도체 수출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높이고 있다. D램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 D램의 최근 고정거래가격은 7.31달러로 9월(8.19달러)보다 10.74% 떨어졌다. 2016년 6월 고정거래가격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가격이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D램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50%가 넘고 SK하이닉스의 경우엔 80%에 이른다.

그렇지 않아도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온 와중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까지 고꾸라질 경우 우리 경제에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가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이 닥칠 수도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최근 “글로벌 긴축과 미·중 무역갈등, 고유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에 겨울이 오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현안 합의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양국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다. 양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최대 피해국이 될 공산이 크다. 역대 2위라는 10월 총수출액만 보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