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올라섰어도 돌아서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일컫는 말이 회심(回心)이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병력을 이끌고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자주 서는 군대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는 일은 회군(回軍)이다.

마음을 돌이키는 회심에서 생각해 볼 한자는 省(성)이다. 반성(反省)이 그렇고, 성찰(省察)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제자이자 손자이기도 한 증삼(曾參)은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는 ‘오일삼성(吾日三省)’의 성어를 남겼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으면 성오(省悟)다. 깊이 반성하는 일을 맹성(猛省), 경각심으로 인해 되돌아본다면 경성(警省)이다. 반성과 같은 뜻으로 쓰는 단어는 회성(回省)이다. 안으로 향하는 시선을 강조할 때는 내성(內省)이며, 스스로 돌아보면 자성(自省)이다.

살핌의 새김을 지닌 察(찰)도 같은 흐름이다. 성찰에 이어 사법적으로 대상을 뜯어보는 사찰(査察), 검찰(檢察), 경찰(警察)이 그런 맥락의 조어다. 이미 생긴 잘못, 생겨날지 모를 오류를 들여다보는 행위다.

모두 옳고 바른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로써 제 길을 찾으면 반정(反正)이자 귀정(歸正)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지한 개혁과 혁신을 꿈꿀 때 결실을 얻을 수 있는 행위다. 인사불성(人事不省)이라는 표현도 있다. 보통은 술에 취해 제 정신을 놓아버려 추태를 벌이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리(定理)를 모두 잊은 경우다. 그럼에도 뭔가에 깊이 빠져 전혀 헤어나지 못하는 이에게 고루 쓸 수 있다.

어딘가 오류가 생겼는데도 계속 그 길을 고집하다 보면 큰 착오가 생긴다. 병증이 손을 댈 수 없는 아주 깊은 곳에 들어서는 병입고황(病入膏)의 지경에 닿으면 그 다음에 닥치는 것이 곧 재앙(災殃)이다.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지었다는 회심곡(回心曲)은 그래서 마음을 울린다. 잘못을 뉘우치고 옳은 길에 올라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나라 살림의 경기(景氣)도 많이 기울고 있다. 이 시점에 회심에 이은 성찰, 성찰에 이은 성오(省悟)가 필요한 영역이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