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산업계가 제기해온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산업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의 자의성,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 중복규제 논란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안전을 명분 삼아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조치들을 내놓자 기업들은 “사업을 아예 접으라는 얘기냐”며 항변을 쏟아낸다.

산업안전사고에 따른 사업장 작업중지 명령 조항만 해도 그렇다. 기업들로서는 ‘산업재해가 재발할 우려’ ‘산재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에 생사를 맡겨야 할 상황이다. 사실상 공무원이 자의적 해석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할 길을 터준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을 외치는 정부에서 경영 활동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법적 불확실성의 올가미’에 기업들을 옭아매는, 그것도 공무원 맘대로 공장을 멈추게 하는 ‘완장 강화법’ 같은 게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힌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조항은 이것만이 아니다.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구성 성분을 영업비밀로 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핵심 화학물질 자체가 영업비밀인 경우가 많은 산업 특성상 비밀 유출 우려가 높고 환경부 화학물질관리법과의 중복 규제 측면이 있다는 걸 정부가 잘 알면서도 ‘사전 승인제’를 밀어붙인 것이다. 제출받은 MSDS의 일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는 조항도 기업을 곤혹스럽게 한다. 재료의 명칭 및 성분 공개를 원하지 않는 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정안은 산업재해 책임의 범위를 넘어 사업주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관리에도 한계가 있는데 산업재해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전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환경이 심상치 않은 판국에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라도 제기된 문제점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