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블랙홀' 경쟁 앞서가는 중국
한국은 이공계 기피 혁신동력 위축
정부 차원의 인재유치 전략 절실"

홍재민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북분원장 >
[분석과 전망] 미래산업 뒷받침할 인재유치 절실한데…

최근 세계적인 과학 인재들의 발걸음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높은 계약금, 풍부한 기술력, 연구 자금의 보장, 연구인프라 지원 등에 힘입어 고급 인재들의 중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한국의 과학 인재들도 예외가 아니다.

“천하의 모든 인재를 뽑아 내 사람으로 쓰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처럼 중국은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동시에 인재 유치를 위한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세계적인 우수 인재에게는 10년짜리 비자를 하루 만에 무료로 발급해주는 파격적인 비자 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 밸리인 중관춘 창업센터에서는 무료 숙소지원과 창업지원비,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의 인재 확보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비즈니스 창업 및 생활 지원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효율적인 정책 시행을 위한 정부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7 세계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5년 32위에서 지난해 39위까지 추락한 반면, 중국은 계속 상승해 40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한국과 중국의 인재경쟁력 지수가 역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재경쟁력 하락세는 인재 유출 방지책이 부실하고 해외의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유인이 낮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30개 세부 평가항목 중 인재 유지·유치 관련 ‘노동자 동기부여(worker motivation)’에서 10점 만점에 4.12점을 기록, 전체 대상국 중 5번째로 낮은 59위였다.

인재 유지 관련 ‘두뇌유출’과 기업 수요 충족 관련 ‘경영 교육’은 각각 3.57점과 4.62점으로 하위권인 54위였으며 ‘생활비지수’도 54위였다. 경쟁력 있는 경제에 필요한 ‘대학 교육’은 53위에 그쳤으며 ‘국제적 경험’과 ‘삶의 질’은 각각 51위와 50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5세 이하 국제 학업 성취도에서 9위를 기록해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미래 과학기술의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는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지만 한국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하다.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인재 유치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 또한 보잘것없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은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장벽 아래 극심한 인재난을 겪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은 미달인 반면 판·검사와 의사, 공무원 등 소위 안정적인 직업이 선호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학인재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연구평가 제도도 심각하다. 단기 성과와 가시적인 결과만을 추구하면서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성과 창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연구에 대한 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해외 인재 유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단기성과 평가제도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혁신을 유도할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래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할 첨단소재 분야 역시 인재 유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첨단소재 기술은 에너지·환경·의료·국방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성장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선진기술을 확보하고 기술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인재 유출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 변화와 미래에 대비해 우수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그것이 벽에 부딪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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