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이라도 벌이듯 장밋빛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어제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9개 구의 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한 뒤, 2021년부터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립초·국제중까지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무차별 무상급식을 하면 첫해에만 2209억원이 든다.

사흘 전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간 어린이집까지 완전 무상보육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간 450억원가량이 필요한 일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에서 재정 여력이 있는 서울시가 앞서 달리면 나머지 16개 시·도도 결국은 이런 ‘퍼주기 선심 경쟁’에 경쟁적으로 가세할 공산이 크다.

지자체의 성급한 복지프로그램에 대해 중앙정부가 견제도 하고 속도 조절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현직 단체장들 임기 뒤에도 가능할지, 다른 지자체와 격차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기존 복지제도와 중복지원은 없는지 차분히 볼 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견제와 감시, 점검 기능이 거의 없다. 최근 ‘고교 무상교육 조기 시행’ 발표에서 봤듯이 복지 확대에 성급하기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이면 여야 정당 간에 벌어졌던 퍼주기 경쟁이 중앙과 지자체 간의 경쟁으로 양태가 바뀌었다고 봐야 할 판이다.

고교 무상교육에 내년부터 5년간 6조3348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이다.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합의도 없이 이런 중요한 정책이 추진되니 재원대책은 묻기도 민망하다.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를 2021년으로 1년 앞당기는 데도 5000억원이 필요하단다.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 중인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과의 연계 등으로 예산을 동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든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는 모두 ‘모르쇠’다.

선심정책에서는 PIMT(please in my term, ‘내 임기 중에 꼭 한다’) 현상이, 재원마련에서는 NIMT(not in my term, ‘내 임기 중엔 알 바 없다’) 현상이 현저하다.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과당 복지의 뒷감당이 걱정이다. 정부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조 단위가 예사인 복지정책들이 하나둘 재정위기 요인으로 쌓여간다는 점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