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인 투자는 4차 산업혁명의 디딤돌
지난 15일,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외국인 투자 유치 200억달러(신고액 기준)를 달성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때마침 프랑스 출장 중이었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KOTRA가 주관한 프랑스 파리 투자 유치 행사에 글로벌 종합화학 기업인 솔베이를 비롯한 13개사가 참가하고 있었다. 20여 년 전인 벨기에 상무관 시절 그리고 5년 전 무역투자실장 시절, 솔베이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현재 솔베이는 한국에 6개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산업 강국이 된 데에는 솔베이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우리 기업들과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온 것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투자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인센티브 대상 품목을 바꿨고 올해 화학, 바이오, 정보통신 분야에서 3개 외국인 투자 기업이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첨단 기술이 외국인 투자를 통해 우리 산업 생태계로 들어오게 된 것을 의미한다.

또 클라우드 분야의 투자 유치도 고무적이다.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한국에 클라우드 분야의 설비 및 고용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이런 클라우드 분야의 활성화는 국내 신성장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수술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지난해 국내에 로봇수술 혁신센터를 열었다. 향후 이곳은 시장 형성 단계에 있는 국내 의료 로봇 및 관련 의료산업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을 통한 4차 산업혁명 분야로의 파급 효과도 중요하지만 혁신의 동력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제공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싱가포르투자청과 세콰이어 차이나로부터 4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킹을 봉쇄하는 기술을 개발한 보안 스타트업 에버스핀은 지난 5월 일본 금융 기업 SBI홀딩스로부터 1500만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외국인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올해 14회째를 맞는 외국인투자주간(Invest KOREA Week)을 11월6일부터 8일까지 개최한다. 올해는 미 로스차일드사에서 블록체인 분야, 삼성전자에서 인공지능(AI) 분야,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등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모여 기업 간 협력과 혁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에 외국인 투자를 접목하는 의미 있는 장(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세계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외국인 투자가 지렛대 역할을 했다면 이제 글로벌 메가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외국인 투자를 디딤돌로 활용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