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엔사를 유엔평화사령부로 개편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9·19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남북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의 위험성을 제거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과감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평화통일의 초석이 마련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군사분야 합의에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며 북한에 대한 ‘항복문서’ 또는 ‘신체포기각서’라는 극단의 용어까지 동원하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서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이해하나,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으시라”는 논평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현 정부의 확신과 1938년 독일과 영국·프랑스 등이 체결한 뮌헨협정 및 1973년 미국, 남북 베트남 및 베트콩 4자 간 체결한 파리협정 이후의 역사에 근거한 보수진영 우려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북한과의 판문점 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를 무효로 하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기에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 보수세력의 우려가 만나는 접점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새로운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국가 간의 충돌은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에 따르는 법이다. 현재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략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건이 형성된다면 그 의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보수진영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동맹이 와해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남북 관계개선과 우리 군의 군사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군사분야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남북 간에 합의한 군사공동위원회만으로 군사분야 합의를 검증하고 관리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동안 운영된 많은 남북한 장성급 회담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채 공전했던 역사가 그것을 입증한다. 이에 기존의 유엔사령부를 유엔평화사령부(가칭)로 개편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간 군사적 대결의 종식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기구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곧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엔사령부는 미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존속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과 국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외교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연설을 통해 “남북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따라서 이 같은 기구가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국제적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사령부를 유엔평화사령부로 개편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합의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협력해 영국 프랑스는 물론 옛 소련의 동의를 얻어낸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평화정책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