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지난 22일부터 주식 대여를 중지했으며 이미 빌려준 주식은 연말까지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보유 주식이 공매도에 이용되는 것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기는 행위다.

거의 모든 선진 금융시장에서 정착된 제도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불리며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글이 수백 개 올라와 있다. 국민연금이 공매도용 주식 대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더 비난 받기 전에 일종의 ‘선수’를 친 것이다.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는지는 입증된 바가 없다. 주가 거품을 없애고 상승장에서는 주식의 대량 환매로 주가를 급등시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시장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여론에 휘둘려 주식 대여 중지를 결정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국민연금의 대여 중단이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결과적으로 공매도 전반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런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 이사장의 국감 발언은 “주식 대여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큰 만큼 향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압박성’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만약 성난 민심을 달랜다며 정부가 공매도 규제를 내놓기라도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시장 생태계를 흔드는 일이요, 금융시장 발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대한 강력한 헤지수단이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투자수단을 그만큼 줄이는 것이고, 적잖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게 만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가에도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