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11개국 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내년 초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CP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탈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하지만 CPTPP가 일본 주도로 되살아난 데 이어, 미국이 재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중국도 가입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는 등 다시 국제적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미국이 TPP를 주도할 당시 우리 정부는 “관심이 있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바 있다. CPTPP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다간 세계 최대 경제블록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이는 다자간자유무역협정에서 소외될 우려가 크다. 통상전문가들은 “CPTPP 회원국들이 세(勢)를 불리고자 하는 지금이야말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한·일 FTA가 된다”는 부담, 쌀 등 민감품목 양허와 관련한 농민 반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과의 FTA에 대한 산업계 인식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한때 부품·소재,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컸지만 지금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품목도 적지 않다. 한·일 기업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분야도 많아지고 있다. 농민 반발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농사’가 아니라 ‘농업’을 키우겠다고 하면 오히려 농산물 수출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다자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직면할 때마다 늘 ‘개방 알레르기’가 발목을 잡아왔다. 일본 문화산업은 물론이고 가전·영화·유통 등의 개방에서 보듯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해외에서 열광하는 한류, 세계 일류로 올라선 가전 등 국내산업이 더 강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게 그렇다. 부품·소재와 자동차, 농업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개방 알레르기 같은 건 이제 떨쳐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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