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도 그중 하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에 비해 1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농업·제조업·서비스업 할 것 없이 급격한 임금 상승을 견딜 수 없게 된 국내 사업자들이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찾고 있어서다. 이런 현실을 간파한 취업 브로커들이 동남아 등에서 한국행을 부추기고 있단다.

개방경제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한편에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로 탈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요가 늘고 있으니 이래저래 한국인 일자리만 줄어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저임금만을 받는 불완전 취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건 긴 설명이 필요없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약자들이 아니라 안정적 직장이 있는 노조원들에게 돌아가는 일도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모든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기로 한 게 그렇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 2차 쇼크’라며 이번 개정으로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급휴일 개념조차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들과 달리 대기업 근로자들은 유급휴일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한꺼번에 16.4% 올린 최저임금, 어정쩡하게 끝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이어 유급휴일 관련 시행령 개정에 이르기까지 노조가 강한 근로자들에게만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취약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상위 10%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지금의 최저임금 정책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10.9%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등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등 낡은 최저임금제를 바꾸기 위한 논의는 진전이 없다. 이대로 가면 경제적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 여당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이냐”는 아우성을 듣고 있다면 속도 조절이나 정부 지원 운운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