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속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주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회사를 매각하고 있어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 지적에 공감하면서 한 말이었다.

중소·중견 기업인들이 큰 애로점으로 꼽아온 상속세에 대한 인하 논의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100년, 200년 우량기업’ 육성, 경쟁력 있고 강한 ‘히든 챔피언 기업’ 길러내기, 산업기술의 축적 차원에서 가업이 보다 쉽게 승계돼야 하는데 고율의 상속세가 걸림돌이라는 논리였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속세율 인하와 가업상속의 경우 세금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한국의 상속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 상속 형태인 ‘주식으로 자녀에게 물려주기’에서 실제 부담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제가 있어 최고세율이 65%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다수 국가가 가족승계 때 상속세율을 더 낮게 적용하거나 공제 혜택을 주는 것과 반대다. 히든 챔피언 기업이 포진하고 있는 독일은 가업 승계 시 실제 최고 상속세율이 4.5%에 그친다.

기업승계는 단순히 부(富)의 이전이라는 시각으로 볼 일이 아니다. 강하고 역량 있는 기업이 수월하게 경영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전문 기술의 축적과 전수, 일자리의 창출과 유지라는 측면도 봐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한 자본의 축적이 경제를 성장시키며 산업생태계도 고도화한다는 점이다.

창업기업을 내다 파는 중견기업인이 근래 늘고 있다. 창업 기업가들이 자식처럼 키워온 전문 회사를 팔고 빌딩이나 사들이는 분위기로 굳어지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불로소득’이나 질시의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전문화나 기술계승 같은 긍정적 효과를 봐야 한다. 기업승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상속세제를 손볼 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역할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