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중 <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회장 >
[기고] 정보통신박물관 하나 없는 IT강국

한국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강국이라는 데 긍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국 780여 개 국공립·사립 등록박물관 중 정보통신 관련 박물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전에 용산전화국에 있던 전기통신박물관과 남대전전화국이 운영하던 충남전기통신박물관은 각각 청사 증개축·임대 과정에서 폐관됐다.

두 박물관에 있던 사료 6150점은 KT 원주연수원에 보관 중이다. 이들 사료는 수집한 지 30년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시설 사료가 1181점으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귀중한 자료다.

첫째, IT의 살아 있는 역사적 유물이다. 1885년 처음 개통돼 사용하던 모스부호의 전건(電鍵) 및 인쇄전신기, 텔렉스와 1902년 전화가 처음 도입돼 사용하던 자석식·공전식·기계식·반전자식·전전자식(TDX) 교환기와 전화기가 대표적이다. 장거리·국제·무선 전화 관련 선로, 중계기, 시험측정기, 고장수리기 등도 보존돼 있다.

둘째, IT 국산화의 밑거름이 된 선진 기술 유물이다. 6·25전쟁 후 피해 복구시설, 근대화 과정에서 자본과 기술력이 없어 물자 차관이 주종을 이루던 각종 선진국 시설이 남아 있다.

셋째, IT강국의 기반이 된 유물이다. 당시에는 전국이 1599개 통화권으로 이웃 면(面)을 시외 통화로 했으나 147개 시·군 단위 통화권으로 광역화하고, 그 후 자동으로 시내·국제 전화를 할 수 있게 전국 광역 자동화가 완성됐는데 그 시설이 그대로 있다.

정보통신 사료 6150점은 전기박물관 850점, 철도박물관 6000여 점과 비교해 충분히 박물관을 열 수 있는 규모다. 정부가 나서 공공성이 강한 이들 사료를 보존·전시할 박물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사료는 일반 현황과 특징, 사용 내용 등 설명서가 있어야 가치가 있다. 이들 사료는 30년 전 수집 당시엔 KT에 전담조직이 있어 사료의 일반 현황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후 담당 조직이 없어져 설명서 작성은 시작도 못했다. 이들 사료는 관련 문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시 시설 운용과 서비스를 담당했던 전화국 퇴직자들이 작성해야 한다. 현재 그들은 70~80대 고령이다. 사료만 있고 설명서가 없으면 박물관 소장품으로서의 가치가 줄어든다. 시급한 사료 가치의 위기다. 조속히 정보통신박물관 설립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