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건축회사 올슨 쿤딕이 ‘차원이 다른 럭셔리’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JW메리어트 서울의 최고급 펜트하우스.
미국 유명 건축회사 올슨 쿤딕이 ‘차원이 다른 럭셔리’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JW메리어트 서울의 최고급 펜트하우스.
국내 특급호텔을 시민들도 거리낌 없이 드나들기 시작한 건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과거 일부 특권층만 갔던 호텔을 요즘은 일반 직장인이 더 많이 찾는 것이다. 호텔에서 호젓하게 휴가를 보내거나, 특별한 날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게 트렌드가 됐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의 확산 영향도 이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급호텔이 과거에 비해 ‘만만’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여간해선 허용하지 않는 공간도 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다. 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 등으로도 불린다. 외국 정상이나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톱스타 등이 자주 찾는다. 1박에 1000만원 안팎까지도 하는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호텔들은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에게만 이곳 숙박을 허용한다. 호텔의 ‘얼굴’과 같은 곳을 아무에게나 내주진 않는다.

그런데 요즘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놓고 특급호텔 간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왜 그런 걸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호텔의 ‘격’을 올려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런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어떤 곳일까.

JW메리어트·롯데호텔, 대대적으로 정비

JW메리어트 서울은 지난 10일 최고급 펜트하우스를 공개했다. 18년 만에 대대적인 시설 공사를 끝낸 직후다. 미국 건축회사인 올슨쿤딕이 ‘차원이 다른 럭셔리’란 콘셉트로 디자인한 곳이다.

남산타워와 한강을 볼 수 있는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남산타워와 한강을 볼 수 있는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2개 실의 펜트하우스는 모두 복층으로 구성됐다. 처음 방문한 프레지덴셜 펜트하우스는 311㎡ 규모다.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객실을 운행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아래 층 침실에서 위층 거실로 이동할 때도 쓸 수 있다. 뱅앤올룹슨의 명품 스피커,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등 작은 소품까지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로 채웠다. 샴푸는 불가리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278㎡ 크기의 엠버서더 펜트하우스도 있다. 크기는 프레지덴셜 펜트하우스보다 다소 작지만 구성은 큰 차이가 없다. 복층 객실을 전용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다. 위층에는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아래층에는 침실과 옷장, 욕실 등을 뒀다. 별도의 뮤직룸이 있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한 것도 색다르다.

JW메리어트 서울이 강남을 대표한다면 강북에는 롯데호텔 서울이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달 신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이그제큐티브 타워’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포시즌스 카사블랑카, 월도프 아스토리아 암스테르담 등 세계 유명 호텔 및 리조트 디자인을 맡은 영국 G.A그룹이 설계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단아함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278개 객실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은 ‘로열 스위트’. 국내 호텔 중 단일 객실로는 최대 규모인 460㎡ 크기다. 인테리어 공사에만 41억원을 썼다. 침대는 시몬스 최상급 모델 ‘뷰티레스트 블랙’을 넣었다. 거실에는 세계 3대 피아노 중 하나인 독일 C 베히슈타인 그랜드 피아노를 설치했다. 별도의 운동 공간도 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테크노 짐의 최고급 장비가 있다. 경호원, 수행원 공간도 마련돼 있다.

외국 정상은 신라·하얏트 많이 찾아

기존 특급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서울 신라호텔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많이 다녀간 것으로 유명하다.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 주룽지 총리 등이 머물렀다.

베르사유 궁전의 분위기를 연출한 서울 신라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노스윙’.
베르사유 궁전의 분위기를 연출한 서울 신라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노스윙’.
신라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노스윙(northwing)’과 ‘사우스윙(southwing)’ 두 곳이 있다. 노스윙은 380㎡ 크기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분위기를 연출했다.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입구를 지나면 화려한 거실과 식당이 나온다. 천장과 벽에는 장인이 손으로 조각한 장식이 있다. 침실은 흰색을 기본 바탕으로 초록, 베이지색을 많이 써 아늑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최고급 마호가니 원목을 소재로 쓴 가구와 벽난로를 둬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욕실은 남산을 보며 목욕할 수 있게 욕조 옆에 커다란 창을 냈다. 자쿠지 시스템, 핀란드식 사우도 설치했다. 사우스윙은 남(南)프랑스를 떠올리는 콘셉트로 꾸몄다. 오동나무 장과 협탁 등 한국의 전통적인 가구와 도자기, 식기 등을 둬 동서양의 스타일을 섞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준이치 오가와가 디자인을 맡아 현대적인 유럽의 우아함과 한국의 전통문화 이미지를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그랜드하얏트 서울도 외국 정상들이 자주 찾는 호텔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서구권 정상이 특히 많이 다녀갔다. 톰 크루즈, 소피 마르소, 패리스 힐튼, 르네 젤위거 등 해외 유명 배우들도 찾는 곳이다. 이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최고층인 20층에 있다. 크기는 336.9㎡로 현관, 서재, 거실, 드레스룸, 침실, 욕실, 다이닝룸, 주방 등 7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존 모포드가 설계한 이곳에선 남산과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이닝룸에선 12명이 한 번에 식사할 수 있다. 로비 왼쪽에는 남산타워와 남산을 내려다보며 업무를 할 수 있는 서재, 대형 욕실 등을 갖췄다.

SK그룹이 운영하는 워커힐호텔은 최근 북한 관계자들이 많이 다녀가 화제가 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워커힐호텔 ‘애스톤 사우스’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본관이 아니라 별도 건물 형태인 애스톤 하우스는 대지 5280㎡, 연면적 1413㎡ 크기의 2층 건물이다. 1층엔 3개의 연회장, 2층엔 객실과 소규모 연회장이 있다. 1박 비용이 1500만원에 달한다. 연예인들이 결혼식을 올리거나, 명품 브랜드가 파티를 여는 공간으로도 많이 쓰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