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명상산업

명상(瞑想)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경북 문경에 임직원용 ‘힐링센터’를 개설했고, 삼성전자는 영덕연수원에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HDC그룹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SK그룹은 KAIST의 명상과학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다.

명상은 고요히 눈(目)을 감고(冥) 깊이 생각함(想)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동양의 종교수행법이나 성서의 묵상(默想)과 같은 의미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심신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로 영역이 넓어졌다. 몇 년 전부터 명상이 뇌의 대뇌피질을 자극해 집중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뒤로 관심이 더 커졌다.

첨단 기술과 명상의 만남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시작됐다. 2007년 구글이 사내 명상 교육 과정인 ‘내면 찾기 프로그램’을 처음 개설했다. 2012년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독립한 이곳 수료자는 5000명이 넘는다. 페이스북과 인텔 같은 거대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공동 사무실에도 명상실이 들어서고 있다.

직원들 만족도는 아주 높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내야 하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피하기보다는 이를 잘 다루고 공생하는 법을 배우면서 정신적 휴식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1주일에 600달러(약 65만원)짜리 명상수련회에 참가하는 직장인도 많다.

이 같은 ‘명상 열풍’을 타고 명상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마켓데이터 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명상산업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에 이른다. 매년 약 11%씩 성장해 2022년에는 2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통되는 명상 관련 앱(응용프로그램)만 1500개에 육박한다. 애플은 최근 “상반기 앱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분야는 명상”이라고 발표했다. 포브스는 사용자 3000여만 명인 유료 앱 ‘헤드스페이스’의 기업 가치를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명상의 효능이 과포장됐다고 지적하지만, 제도권 의학의 테두리로 진입하면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명상과 건강을 접목한 ‘웰니스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은 명상과 전통 마사지, 허브치료를 곁들인 시설을 잇달아 세우고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힐링·의료·문화를 아우르는 명상산업을 키울 때가 됐다. 고부가가치 웰니스 상품과 연계하면 내수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첨단 IT기업이나 실리콘밸리에만 ‘명상 재충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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