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양극화, 집단지성 실종 그리고 인기영합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미국의 다우지수는 무려 13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금요일 일정 부분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과연 이번 현상이 일시적 조정(whimper)인지 아니면 대폭락(bang)의 서막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지목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2%를 계속 웃돌고 있다. 물가 전망 역시 상승 압력 요인이 비일비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는 물가 상승 요인일 뿐 아니라 재정적자를 유발해 직접적인 금리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입품 관세 인상 역시 물가 압력 요인이다. 따라서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Fed로서는 실업률이 3.7%로 역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금리 결정 시 고용보다는 물가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이례적인 현상 중 하나가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즉,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물가가 지속돼 왔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필립스 곡선의 회귀를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 뉴스만은 아니다. 더불어 법인세 인하로 인한 재정적자 누적으로 향후 경기 침체 시 재정 정책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미 경제가 의지할 유일한 수단은 금리 인하밖에 없다. 지금 금리 인상을 통해 향후 인하 여력을 미리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종합하면 Fed가 물가 상승에 주목하고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순리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저금리란 단맛에 취한 시장이 금리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tantrum)한 것이 이번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이다. 시장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례적으로 Fed를 비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현재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을 “당분 과다 섭취(sugar high)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변하면서 경기 과열을 일축했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아예 “Fed가 미쳤다(loco)”란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9월 물가 상승률이 2.3%로 둔화됐고 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하락한 상황에서 경기 과열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여지도 있다. 더군다나 경기 진단이 경성과학(hard science)이 아닌 만큼 그 판단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물가의 향방과 이에 따른 금리 전망이 아니다. 이런 물가 상승에 대한 논란을 제공한 법인세 인하나 미·중 무역전쟁이 모두 포퓰리즘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산업계와 학계가 세계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이나 국수주의는 트럼프 집권 이전에도 남미와 일부 남유럽권에서 횡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은 집단지성으로 이를 제어해왔기 때문에 포퓰리즘은 국지적 현상으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포퓰리즘은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에 침투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말하는 브렉시트 사태와 최근 스웨덴,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에서 보듯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이런 포퓰리즘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포퓰리즘의 심각성은 부채를 동원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중기적으로 이런 정책들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훼손하며 오히려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 문제는 양극화가 악화되면 오히려 포퓰리즘이 더 득세하게 돼 일종의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주가 하락을 유발한 물가 상승 우려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염려해야 하는 것은 집단지성의 실종에 따른 포퓰리즘의 확산이다. 어떻게 포퓰리즘의 확산을 제어하면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것인지가 세계 경제에 주어진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텅 빈 사람들(Hollow Men)’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종말은 한꺼번에 닥치는 것(bang)이 아니라 야금야금(whimper)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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