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리 증시에 붙여야 할 코리아 세일 페스타
주식에 대해 마크 트웨인이 남긴 유머는 언제 들어도 ‘웃기고 슬프다’. “10월은 주식투자에서 특히 위험한 달 중 하나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10월은 공교롭게도 주식과 악연이 많았다.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블랙 먼데이는 10월에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도 시작은 9월이지만 10월이 최악이었다.

연초부터 기를 못 펴던 우리 증시에 ‘특히 위험한’ 10월이 왔다. 역시나 시원찮다. 소위 3대 악재가 계속해서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3대 악재의 최근 상황을 점검해 보자. 첫째 미·중 무역전쟁. 주지하다시피 주먹다짐 일보 직전이다. 더구나 패권전쟁 성격을 띠고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14억 명 ‘굴기 중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도 국력 차이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축통화’ 국가다. 설사 중국이 결사항전을 해도 미국은 타박상, 중국은 중상이다. 지금은 와신상담하고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속된 말로 ‘눈을 내리깔아야’ 산다.

둘째, 북핵. 3차 남북한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좋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의구심도 많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조건부지만 분명히 있다. 핵 대신 경제개발을 하고 싶다는 말도 진심일 것이다. 남은 것은 감정평가와 물건값 지급 방법이다. 아직 물건부터 내놓으라는 미국과 입금부터 하라는 북한이 샅바싸움 중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남한이라는 든든한 중개인 겸 보증인(?)이 있어 거래는 성사될 것이다. 그래서 남북 경제협력은 예상보다 빠를 것이고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셋째, 금리 인상. 미국은 올해 들어 세 차례 인상했다. 현재 연 2.0~2.25%에서 내년 말에는 연 3%대에 진입한다. 그런데 인상 속도가 완만하다. 월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는 셈이다. 이 덕분에 미국은 10년 만에 최고 호황을 구가하는 중이다. 당연히 뉴욕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혹자는 금리 차이로 인해 미국으로의 자금 이탈을 걱정하지만, 대부분 지역별로 배분된 포트폴리오 성격의 붙박이(?) 자금이다. 일부 핫머니 외에는 떠나지 않는다. 한편, 우리도 시기 문제일 뿐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당장 대출금리 상승이 부담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이처럼 3대 악재가 ‘슈퍼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했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자라 본 가슴’이다. 우리 경제에 대해 집단적 비관론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도 반도체로 왜곡된 숫자라고 본다. 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저 수준인데도 최악의 취업자 증가율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성장률 2.9%가 상당히 건실함에도 우리 경제가 빈사 상태라고 진단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도 부정적인 면만 지적한다. 물론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논란이 심할수록 감정을 배제한 균형적인 시각이 아쉽다.

그런데 갑론을박을 떠나 투자자들이 잊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과잉 유동성’이다.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천문학적 유동성이 미국과 주요 국가의 부동산과 증시를 사상 최고가로 밀어올렸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이 덕분이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폭등도 그런 현상의 연장선상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아 부동산이 올랐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정부는 돈이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있다. 조만간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며칠 전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끝났다. 정작 우리 증시에 붙여야 할 단어다. 주가는 미래의 수익가치로 상승하지만 제값보다 지나치게 할인돼 있어도 상승한다. 특히 유동성과 궁합만 맞으면 부동산시장 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