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짜뉴스 단속에 고삐를 바짝 조일 태세다. 그제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려다 돌연 연기했다.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가짜뉴스 단속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 부처가 마련한 대책이 충분치 않다며 보완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가짜뉴스는 이 총리의 말마따나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에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의 교란범”이다. 뉴스 제작과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요즘, 그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점에서 이를 근절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가려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재판에 3심제도가 있는 이유도 양쪽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게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뉴스는 재판보다 더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은 외면한 채, 무조건 가짜뉴스의 단속과 처벌만 강화할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는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수성향의 미디어들이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당정이 합심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위기감을 느낀 여권이 이들 미디어를 탄압하고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정부가 쓴소리를 외면하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가짜뉴스를 단속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권마다 가짜뉴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불거진 MBC의 ‘광우병 보도’는 후에 법원이 ‘다우너 소’ 부분 등 세 곳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가짜뉴스 단속이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처벌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엄청난 반발을 부를 것이다. 가짜뉴스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