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중국 거친 수출품 원산지 규정 유의해야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보복조치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무역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중 주요 2개국(G2) 간 본격적인 샅바싸움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도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기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이 서명되면서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및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우연히도 같은 날 미국의 대중(對中) 3차 관세보복 조치(5745개 품목, 2000억달러 규모)가 전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이 관세율이 10%에서 25%로 크게 오르는 데다 연내 타협이 불발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제외한 품목에까지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도 같은 날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1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대응에 나섰고 미국 워싱턴DC에서 재개될 예정이던 무역협상에 류허(劉鶴) 경제부총리를 보내지 않는 등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수교 후 불과 11년 만인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는데 최근에는 내수경제 성장둔화와 과잉 설비투자 등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비교우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석유화학,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등 전통적 산업 분야는 물론 생명공학, 콘텐츠·게임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매섭다. 이제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 경제의 부상이 가져다준 성공 방정식을 한 번쯤 되짚어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수출입의 관문인 캘리포니아는 어떨까?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중국산 제품 총수입은 1591억달러로 미국 전체 중국 총수입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다. 캘리포니아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그만큼 고통도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곳의 많은 기업은 미·중 무역 갈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얼마 전 필자가 방문한 한인동포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상업용 냉장고 2위 판매업체인 이 회사는 리스크 관리 및 시장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시아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건설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과 중국 외에 한국에도 별도의 고품질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 정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중국 공장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판매가격을 5% 정도 인상해 원가상승 압박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일부 미국 부품기업은 본토 유턴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세관의 원산지 규정 심사강화로 멕시코나 중국산 중간재 수입이 매우 어려워지면서부터다. 최근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멕시코에서 조립 생산한 전동기 완제품을 미국 세관이 중국산으로 판단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심사와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기업 역시 중국과 중간 연결공정을 거친 제품의 경우 미국 세관에 의해 중국제로 판단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원산지 판단의 근거인 ‘실질적 변형’이 한국에서 이뤄졌다는 입증자료를 기업 스스로 잘 구비하고 한·미 FTA상 품목별 원산지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나가야 한다. 또 미국 관세당국의 ‘원산지 사전판정제도’를 이용해 수출 전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 경제의 근간인 자바시장(Jobber·의류도매시장) 업체들도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원단수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대비해 생산기지를 한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이곳 기업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우리 수출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