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사내하도급 리스크’에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한경 10월1일자 A4면). 전산시스템을 통해 하청업체 직원과 간단한 업무지침을 공유한 것이 ‘불법 파견’이라며 줄줄이 법정에 섰다. 조만간 있을 대법원 최종판결에 따라 자칫 범법자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받고 있지만,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고용구조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는 낡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다. 20년 전 제정된 파견법은 파견대상을 청소 경비 등 32개 업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주문에 따라 인력 운용이 가변적인 제조업이야말로 파견이 필요한데도, 주요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배제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업종 제한이 없다. 독일 일본도 건설 등 극히 일부 업종만 제한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실업 해소와 노동 탄력성에 도움이 된다”며 원칙 허용, 남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2003년 나란히 제조업 파견 허용 이후 10년간 각각 77만 명, 49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국제 흐름에 맞춰 파견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자, 금형 주조 용접 등의 ‘뿌리산업’만이라도 허용하자는 법안은 지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민주노총 등이 근로자 간 ‘빈익빈 부익부’를 유발한다며 반발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6개 뿌리산업’ 분야의 중소기업 비중이 99%인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일자리를 착착 파괴하는 경직된 노동법이 파견법만은 아니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며 올린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의 약자들부터 일터에서 몰아내는 실정이다. 더구나 ‘AI 혁명’ 시대다. 노동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 세계가 고용 유연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친노동자 성향의 프랑스마저 산별·단위 노동조합 권한 축소를 추진 중이다. 일본 역시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고소득 전문직의 ‘탈(脫)시간급제’ 도입을 예고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다면 노동유연성 확보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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