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측이 국가 재정정보에 대한 열람·유출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 서로 고발·고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부총리급의 수석 경제부처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야당 의원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진실공방이다.

소관 상임위원인 심 의원실을 지목해 먼저 검찰에 고발한 것은 기재부다. 기재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 디브레인)을 무단 열람하고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주장이다. 국가의 예산과 회계를 관리하는 이 시스템에서 청와대 총리실 대법원 등 30여 개 기관의 행정정보를 빼내갔고, 따라서 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기재부에서 접속권한을 승인받아 정해진 방법으로 세출예산 집행 상황을 알 수 있는 재정정보를 입수했을 뿐”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의원실에서 정보를 취득했던 방법까지 공개 시연하며 오히려 기재부의 정보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이 공방이 주목되는 것은 국회의원 보좌관이 정말 해킹을 벌인 건지, 정부 재정정보시스템이 기재부의 장담과 달리 취약한 보안 속에서 방치돼 온 것인지 분명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후자라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수십만 건에 이르는 자료가 범죄조직이나 반(反)국가 단체로 흘러갔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디지털화된 정부의 보안 정보가 재정과 회계뿐이겠는가.

심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도 짚어야 할 게 수두룩하다. 공직자들의 횡령 등 불법적인 예산 사용 정황을 포착했다는 대목은 특히 그렇다. 청와대의 정부구매카드가 유흥업소에서 쓰였다는 얘기도 나왔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단행된 ‘적폐 단죄’ 가운데 하나가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나 공공기관 카드의 그릇된 이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심 의원도 의혹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로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옳지 않다. 신속한 수사로 사실관계를 규명하면 된다. 그동안 대대적으로 벌여 온 ‘적폐수사’에 비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