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실 규명돼야 할 기재부와 심재철 의원의 '정보유출' 공방
소관 상임위원인 심 의원실을 지목해 먼저 검찰에 고발한 것은 기재부다. 기재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 디브레인)을 무단 열람하고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주장이다. 국가의 예산과 회계를 관리하는 이 시스템에서 청와대 총리실 대법원 등 30여 개 기관의 행정정보를 빼내갔고, 따라서 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기재부에서 접속권한을 승인받아 정해진 방법으로 세출예산 집행 상황을 알 수 있는 재정정보를 입수했을 뿐”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의원실에서 정보를 취득했던 방법까지 공개 시연하며 오히려 기재부의 정보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이 공방이 주목되는 것은 국회의원 보좌관이 정말 해킹을 벌인 건지, 정부 재정정보시스템이 기재부의 장담과 달리 취약한 보안 속에서 방치돼 온 것인지 분명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후자라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수십만 건에 이르는 자료가 범죄조직이나 반(反)국가 단체로 흘러갔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디지털화된 정부의 보안 정보가 재정과 회계뿐이겠는가.
심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도 짚어야 할 게 수두룩하다. 공직자들의 횡령 등 불법적인 예산 사용 정황을 포착했다는 대목은 특히 그렇다. 청와대의 정부구매카드가 유흥업소에서 쓰였다는 얘기도 나왔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단행된 ‘적폐 단죄’ 가운데 하나가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나 공공기관 카드의 그릇된 이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심 의원도 의혹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로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옳지 않다. 신속한 수사로 사실관계를 규명하면 된다. 그동안 대대적으로 벌여 온 ‘적폐수사’에 비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