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버냉키도 놀랄 '금리 적폐' 논란
때아니게 기준금리가 논란이다. 진원지는 국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서울 집값 급등은 박근혜 정부 때의 기준금리 인하 때문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정책 범죄’라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 인하의 역작용을 열거하며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됐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화답해 논란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금리 향방에 민감했던 금융시장에선 화들짝 놀라 시장금리가 치솟았고 이 총리는 바로 “어느 쪽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해야 했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난 게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부동산 진정대책을 뒷받침할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이어진다. 정부와 여당으로선 집값 급등이 뼈아플 것이다. 지지도 하락에 큰 요인이 된다니 더욱 그렇다. 사실 부동산 문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부터의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전 정부의 금리 인하 책임론, 말하자면 ‘금리 적폐’ 주장으로 출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금리는 보편적·무차별적이다

그렇더라도 그 발상이나 언급이 너무도 부적절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금리는 세계적 추세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제로금리, 유럽중앙은행은 마이너스금리까지 시도했다. 일본 역시 제로금리를 통해 유례없이 돈을 풀었다. 물론 이런 식의 해법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그래도 한국이 글로벌 저금리 추세를 안 따라갔다면 지금 경제는 이 정도도 안 됐을 것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기준금리는 나라 경제 곳곳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부동산으로 국한해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단견을 넘어 위험하다. 굳이 집값과의 관계만 봐도 금리 인상이 하락을 부른다고 볼 근거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리를 올렸지만 집값은 더 오르기만 했었지 않나.

시중에 돈이 많으면 집값만 자극하는 게 아니다. 대체관계인 주식의 가격도 같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글로벌 위기 당시 Fed 의장이던 벤 버냉키는 학계와 정가로부터 장기간의 제로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으로 집값과 주가 동반 상승을 불러 빈부격차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에 퇴임 후까지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주가 상승은 쏙 빼놓고 집값 급등만 저금리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버냉키도 놀라 말 문이 막힐 것이다.

어쩌려고 금리를 흔드나

금리는 보편적이고 무차별적이다. 그래서 항상 딜레마다. 금리를 내릴 때도 올릴 때도 그 덕을 보는 사람이 있고 동시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생긴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의 딜레마다. 금리는 한쪽만을 생각해 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집값을 낮추겠다고 금리 인상을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반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감수해야 하고, 부채가 많은 가계는 빚 상환 부담이 늘게 된다. 최저임금 등 고용비용 급증으로 위기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또 어쩔 것인가.

이번 일로 금리 결정의 공신력이 떨어져버렸다. 당장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들은 난감할 것이다. 앞으로 금리를 올리면 중앙정부와 국회의 요구에 끌려갔다는 구설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도 낮아 인상 압력이 높지만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는 판이다. 행보가 더욱 꼬이게 생겼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통화정책의 중립성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 원칙이 지켜져야 국민 전체의 동의가 가능하다. 경제부총리도 언급을 삼가는 게 금리다. 이런 금리에까지 소위 적폐를 들이대며 올리라, 내리라 언급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왜 금리를 흔드는 것인가.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