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금융위기에 대비하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0년 됐다. 나쁜 부채가 많아질 때 위기가 다시 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명백하게 드러난 징후는 다음 위기 때도 찾아올 것이다. 미국의 망가진 정치시스템은 단기 처방에 급급했고 부채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처럼 더 많은 빚을 쌓는 결과를 다시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시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10년 전 위기를 떠올린다. 그 당시 투기꾼들은 관리 가능한 수준보다 더 많은 집을 샀다. 계약금도 없이, 또는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서 대출로 집을 구매해 돈을 벌었다. 은행권은 이런 대출채권을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발행했다. 거액의 CDO는 적은 금액으로 쪼개져 시장에 풀렸다.

늘어나는 美 부채 해결해야

CDO 투자자들은 당시 그들이 가진 신용위험을 알 수 없었다. 낙관론자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므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일이 없다”며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를 안심시켰다. 투자자들은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CDO 투자등급에만 매달렸다. 어떤 투자자는 “당시 무디스는 주택 가격이 연 4~5%가량 상승할 것이라고만 추정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고 금융위기는 전염병처럼 번졌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재무부의 리더십이 미국을 구했다. 의회는 월가를 비난하느라 세월만 보냈고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감면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도 돕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완화 정책이 수조달러의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정부와 기업, 가계 부채는 약 75% 급증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부채는 같은 기간 29조달러에서 60조달러로 늘었다. 기업 부채는 78% 증가한 66조달러를 기록했다. 양적완화 정책이 만들어 낸 현상이다. 기업 부채는 많아졌고 신용도는 낮아졌다. 금리가 인상되면 신용 부도의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늘고 있어 더 주의해야 한다.

우려되는 신용부도 쓰나미

미국 정부는 21조500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대다수 빚은 향후 8년 동안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지난해 세제 개혁으로 필요한 재정적자 충당용 1조달러와 약 100조달러의 지출 목록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Fed는 여전히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은행에 2조324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외국 정부들은 6조5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한 물량이 전체의 40%다.

중국과 일본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조금씩 내다팔고 있다. 중국은 ‘페트로 위안(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방식으로 사우디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급증한 부채로 인해 국가신용도가 요동치면 주가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의 끝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이 글은 다니엘 아르베스 엑세리언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가 ‘Get ready for the next financial crisis’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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