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 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10일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감독당국도 적극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에 있는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금융기술) 타운홀 미팅-핀톡(FinTalk)’에서 이처럼 말했다. 핀톡은 120명의 핀테크 업계 관계자와 금융회사 직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핀테크 관련 애로사항과 개선의견을 윤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직원 등에게 제시하고 이들과 토론하는 자리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섭테크(SupTech)와 레그테크(RegTech)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섭테크란 금융감독당국이 감독(Supervision)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금융감독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하고 금감원 직원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고난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약관심사를 할 때 기존에는 금감원 직원이 규정 위반, 소비자 권익 침해 여부 등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심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1차적인 적정성을 판단한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금융회사로서 금융규제 준수를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정보기술(IT) 시스템이 금융 관련 법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수하는 ‘기계 판독 규제(MRR: Machine Readable Regulation)’ 시스템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기 위해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MRR이란 전자금융감독규정과 같은 금융규제를 기계가 인식해 관련 데이터를 금융회사 내부에서 추출한 다음 금감원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금감원 측은 MRR이 도입되면 금융회사가 감독규정 등을 준수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밖에 금융감독에 챗봇(Chatbot) 시스템을 시범 구축해 금융회사와 소비자들의 질의에 AI가 답과 해당 자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